출사표에 등장하는 세 사람

시중, 시랑인 곽유지, 비의, 동윤등은 모두 선량하고 성실하며 뜻과 헤아림이 충성스럽고 깨끗하니, 이때문에 선제께서 이들을 뽑아쓰고 폐하께 남긴 것입니다. 생각건데 궁중의 일은 크건작건 모두 이들에게 물으시고 그 연후에 시행하신다면 필시 부족한 점을 보충에 널리 보탬이 될 것입니다. -출사표 中-

국내에서 삼국지 전문가 소리 들었던 나모씨는 언제가 사무직, 책상물림은 인재가 아니라는 명언을 남겼지만(난세엔 치수공사 안하고 세금 안내고 밥 안먹고 사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제갈량이 원정에 나선 동안 후방에서 정사를 돌보고 병참을 담당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제갈량의 북벌은 이뤄질 수 없었습니다.

비의   

자 문위, 형주 출신으로 촉으로 유학왔다 그대로 눌러앉아 유비 세력에 편입됩니다. 상사의 영향을 받아 워커 홀릭들로 가득찬 제갈량 부하들 중에선 드물게 만만디스런 인물로 가끔 지나칠 정도로 여유롭고 대범한 성격의 소유자 였습니다.

실무능력이 뛰어났던 수완가로 225년 남정때부터 대오 외교에 종사했습니다. 비의를 만난 손권은 해학스러운 말투에 끝도 없이 비웃음을 늘어 놓았고 제갈각등도 몇번이나 그를 말로서 꺾어 보려 했지만 시종일관 침착함을 잃지 않으며 대처해 손권의 신임을 얻었습니다. (이적, 등지, 비의 등등 대오 외교에 종사한 인물들이 하나같이 다 걸물이라 한번씩은 말로 손권을 녹여 봤습니다..)

촉으로 돌아온 후 시중으로 승진했고 북벌시 성도에서 유선을 보필하며 사신으로서 제갈량과 유선 사이를 여러번 오갔습니다.

허구헛날 싸우던 촉한 공인 아웃사이더 양의, 위연의 중재를 맞아 사이나쁜 둘이 자신의 능력을 100% 발휘하는데 기여했고 제갈량이 죽었을때 반란을 일으킨 위연에게 사로잡힐뻔 했으나 기지를 발휘해 탈출합니다.

이후로 후군사를 거쳐 대장군, 녹상서사를 역임하며 차근차근 장완의 후계자 루트를 밟아갑니다. 244년 낙곡전투에서 왕평이 조상의 대만 군을 저지하는 동안 강유와 함께 본대를 이끌고 북상해 10만 위군을 철저하게 포위섬멸 시킵니다.

그러나 장완 사후 촉한의 국정을 이어받은 이후로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북벌을 중단하고 북벌을 추친하려던 강유에겐 1만의 병력밖에 주지않았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장완 사후 1인자로서 전권을 행사한 유선의 탓도 큽니다만 비의가 장완보다 소극적이고 리더쉽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본인도 그에 대한 자각은 있었는지 오의 제갈각과 연합하고 한중에 주둔하며 복벌을 추진했으나 253년 1월 위에서 항복해 곽수에게 연회자리에서 암상당합니다. 호방한 성격 탓에 위에서 귀순해 온 자들을 지나칠정도로 가까이해 장억에게 한번 경고를 받기도 했으나 결국 그 점을 고치지 못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다분히 결과론 적이긴 합니다만 황호와 붙어먹고 유선과 함께 촉한을 어지럽힌 진지를 높이 평가하고 중용하고 강유에게 제대로 된 정치적 기반을 남겨주지 못하는 등 촉한 멸망의 원인이 자라난 것도 비의 시절 부터입니다.   

동윤

자 휴소, 비의와 짝을 맞춰 일했지만 성격은 비의와 정반대였습니다. 비의가 대범함이 지나칠 정도라면 동윤은 지나칠 정도로 꼼꼼하고 날카로운 성격이었습니다.

제갈양은 그의 대쪽같은 성품을 높이사 어린 유선을 곁에서 보좌하게 하고 출사표에 특별히 언급까지해 유선이 (허구헛날 잔소리 늘어놓는) 그를 쳐내지 못하게 했습니다.

제갈량이 북벌에 나섰을때 비의는 참군으로 승상과 황제 사이를 오갔고 동윤은 호분중랑장(근위대장쯤)이 되어 근위병을 총괄하고 실무파트를 담당했습니다.

정직, 청렴한 성품에 덕있는 선비를 우대하고 아랫 사람들에게 겸허했으며 나이가 들면서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유선에게 쉬지않고 직언을 했는데

대표적으로 후궁을 늘리려는 유선에게(유선은 여자를 꽤 가까이 했습니다. 유선 맏아들은 장황후-장비딸-의 시녀 소생이죠.) 천자의 후비수는 12명을 넘지 않으며 벌써 그 수를 다채웠으니 더 이상 늘릴 수 없다며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유선에게 알랑방귀 뀌며 접근하는 무리들도 가차없이 꾸짖어 그가 살아있을 때는 황관 황호도 함부로 설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246년 그가 사망하고 251년 진지가 상서령이 되면서 그때부터 조정이 본격적으로 어지러워 지기 시작합니다.

곽유지

그는 열전도 남기지 못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기록이 적어 언제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남아 있는 기록을 통해 그의 역활이 대충 어떤 것이었는지는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곽유지는 성정이 항상 온순하며 화해로워 관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평론을 처리하고 문서를 관리하는 일은 동윤이 전부 독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동윤전- 

비의와 동윤이 업무를 전담할 걸로 봐선 실무능력에서 비의, 동윤만은 못했던것 같습니다. 

대신 선한 성품에 포용력이 있어서 너무 날카로운 동윤과 지나칠 정도로 호방한 비의 사이에서 중재와 조율을 담당한 모양입니다. 비의와 동윤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 시킨다는 제갈량의 용인술이 돋보인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ps. 북벌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제갈량, 장완, 동윤은 후드려 까는 촉까들도 유독 비의에겐 호의적입니다. 북벌이 성공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양반들이다 보니 아무래도 비의가 매력적으로 보이겠죠. 비의를 띄워주면 관련된 다른 인물들 까는데 쓰기도 편하다는 계산도 있었을 거구요.

by rezen | 2009/04/04 21:46 | 잡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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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paro1923 at 2009/04/05 06:01
헤에, 촉까들이 비의에겐 호의적이었다니...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비의의 생각이 일치하냐면 그건 또 다른 문제일텐데... 싶군요.
하기사, 그런 걸 생각할 줄 알면 애초에 촉까가 될 리가 없겠지만요. (......)
Commented by 다르게 at 2009/04/05 06:56

비의가 북벌을 두고 강유와 이견이 많았었죠.
강유의 출정을 제지하면서 병력을 제한했다는 기록도 있고...

그, 자세한 출전이 기억나지 않는데. 엄밀히 말해 비의는 북벌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 다만 '현재로썬 불가능' 이랄까요. 비의가 강유에게 '제갈승상도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할 수 있을 리 없다. 나라의 안을 정비하고 영웅이 등장하길 기다려야 한다' 는 논리로 설득한 것을 기억합니다.

반면 강유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뭐 결국 북벌을 하느냐/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할 것인가'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비의는 '나라 안이 정비된 후에' 강유는 '지금 당장'

뭐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강유도 나름 진태, 곽회 등을 상대로 선전했지만 결과적으론 실패했고 또 초주의 '구국론'이나, 제갈량이 생존했을 때 보기 힘들었던 기록 '백성들이 초줴해졌다'는 대목도 찾을 수 있으니까요.

참고로 삼9에서 비의 성에 배치해두면 궁병 계열 전법으로 어지간히 데미지를 주던데 말입니다.

Commented by 시무언 at 2009/04/05 07:38
연의의 문제중 하나라면 전장밖의 인재들은 무시하게 만든다는거겠죠.
Commented by 태평 at 2009/04/05 14:29
이런 사무직 인물들이 있었기에 제갈량이 맘 놓고 싸울 수 있었던 거죠.
그래도 제갈량 사후 제갈량만큼은 아니더라도 저들 만큼의 인물들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Commented by SAGA at 2009/04/05 20:31
어느 전쟁이 안그러겠습니까만...... 후방의 업무는 정말 중요하죠. 전쟁에 나가 싸워 이기는 것도 다 보급이 확실해야 가능한 거니까요.

공명이 마음 놓고 북벌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저들이 있었기 때문이군요. 헐......
Commented by 반바스틴 at 2009/04/06 10:46
역시 뒤에서의 보급의 중요성이란...
Commented by 시무언 at 2009/04/06 10:59
생각해보면 유방도 소하의 공이 가장 크다고 했었죠. 다른 장수들이 뭐라하니까 나름 잘 설명해서 납득시켰고.
Commented by 홍염의눈동자 at 2009/04/07 00:52
이글루를 부쉈다가 다시 짓게되서 재링크하러 왔습니다/

링크 복구하기 꽤 힘들군요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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