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녕대군 이제의 비행-어리간통사건

태종의 맏아들 양녕대군 이제는 천성이 게으르고 공부를 싫어했습니다. 집안이 집안인지라 무인기질은 좀 있었던 모양이지만 특출나다 할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나이 17세에 여자를 알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턴 온갖 여자를 다 탐하고 궁에서 매와 개를 길렀으며 아버지 태종이 여성편력을 꾸짖으면 단식으로 뻣대고 할머니 제삿날에 술퍼먹고 놀고 공부를 싫어해 스승인 계성군 이래가 눈물로 간청하는것도 듣지않았으며 툭하면 수업빼먹고 월담하고 주색잡기에 조선시대 제왕학의 기본인 대학연의를 독파하는데 6년이나 걸렸습니다.(같은책을 세종은 4개월만에 패스했습니다.)

이런 양녕에겐 이오방과 구종수라는 아첨꾼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이중 악공 이오방은 고려말 무인으로 이름을 날린 전 중추 곽선의 첩 어리의 미모와 재예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양녕에게 들려줍니다. 이에 혹한 양녕은 즉각 이오방에게 어리를 불러오라 이릅니다.

이오방은 곽선의 조카사위 권보를 찾아가 세자의 뜻이라며 도움을 청했는데 권보는 처음에는 버텼으나 양녕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에 결국 '어찌 명에 따르지 않겠는가.'라며 동참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첩 계지를 시켜 어리에게 양녕의 뜻을 전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효령대군이 찾는다고 하다가 나중에 양녕이 찾는다고 사실대로 말했는데 어리는 자신은 남편이 있으며 얼굴도 예쁘지 않다며 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법화란 아첨꾼이

선물을 보내는게 어떠냐고 권하여 즉시 수를 놓은 주머니를 보냈는데 어리가 사양하는것도 듣지않고 억지로 놓고 돌아옵니다. 어리는 이일을 곽선의 양자 이승에게 알리고 그의 집에 머물렀는데 이법화가 양녕에게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 재촉하고 이 철없는 껄떡쇠 왕세자는 그대로 대궐 담넘어 이승의 집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이승은 처음에는 버텼으나 상대가 왕세자라...결국 어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고 양녕은 유부녀를 데려다 이법화의 집에서 동침하고 그래도 만족을 못해 궁으로 납치해갔습니다. 그러면서 이승에게 한편으로 활과 비단을 주며 입다물고 있을것을 요구하고 이승이 태종에게 고하려 하자 사람을 보내 협박했습니다.

이후 이 사건은 한동안 묻혀있다 나중에 세자의 장인 김한로의 종 소근동이 무수리를 희롱한 사건을 심문하던중 우연히 밝혀졌습니다.

부끄럽고 한편으론 화가 치밀어오른 태종은 어리를 쫒아내고 이때 측근들만 모아놓고 폐세자의 뜻을 내비쳤는데 신하들이 제대로 교육하면 개과천선할 여지가 있다며 반대하여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건이 있고도 정신 못차린 양녕은 아버지 태종이 지방순회를 나가는데 몸이 아프다며 배웅도 하지않고 활쏘기를 즐겼으며 온갖 여염집 여자들은 다 건드리고 주색잡기를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다시 사건이 터지니...

쫒겨난 어리를 보살피던 세자의 장인 김한로가 자신의 아내가 딸인 세자빈을 만나러 들어갈때 어리를 몸종으로 위장시켜 궁으로 들여보내고 양녕은 어리를 임신까지 시킨게 드러난 것입니다. 게다가 동생 성녕이 죽었을때 곡은 못할망정 활쏘고 놀았던 사실까지 드러납니다.(충녕대군은 밤낮으로 성녕을 간병하고 있었습니다.)

성녕대군을 잃고 울적한 마음에 개경에 와있던 태종은 양녕에게 이놈이 정녕 인간의 마음을 가진게 맞냐며 진노하고 양녕은 개경까지 가서 싹싹 빈끝에 겨우 용서를 받습니다. 그리고 한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곧장 어리가 있는 집으로 달려갔습니다.(-_-) 참으로 대책없는 인간입니다. 다시 한번 혼이난 양녕은 분노에 씩씩 거리며 한양으로 돌아가선

'아버지도 여자 많으면서 내가 여자를 사귀던 말던 뭔 상관이요!'라는 골자의 상소를 올리고 결국 쫒겨납니다.

이후에도 양녕은 정신 못차리고 비행을 일삼았습니다. 아버지 태종에게 꾸지람을 들었지만 전혀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며 신하들의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살려주고 지극하게 보살피고 서울로 불러 왕실어른 대접받게 해준 동생 세종의 은혜는

나중에 세종이 그렇게 아꼈던 손자 단종을 죽이라고 세조에게 청하는걸로 갚아줍니다.

자기딴에는 자리 빼았긴게 꽤 억울했던 모양입니다. 세자시절 자신의 비행을 덮기위해 민무휼, 민무회 두 외삼촌을 죽게만드는걸로 자신을 기른 외가와 자신만 바라보고 산 어머니의 은혜를 갚고 병약한 동생 성녕이 끝내 세상을 버렸을땐 활쏘고 놀고 세종이 그렇게 사랑하던 손자는 죽이라고 앞장서서 나서고...태종 말마따나 정말 인간의 마음을 가지긴 한건지 의심스럽습니다.

by rezen | 2007/02/15 23:39 | 잡설 | 트랙백(1) | 덧글(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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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at 2007/12/26 02:46

제목 : 조선을 뒤흔든 연애사건들 모음 -
성을 즐겁고 신성한 것이라 여긴 신라시대 여인들이 칠거지악을 내세우는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갑갑해서 모두 기생이 됐거나 미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외국도 그런 것인지 우리 민족이 유달리 성을 사랑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언어에 유독 음담패설과 성 관련 욕설이 많은 걸 보면 조선시대의 악랄한 억압은 강한 것에 대한 더 강한 것을 통한 반작용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관련글 : 자연 속으로 님의 블로그 - 섹스의 두 얼굴, 신라와 조선 오늘은 점잖은(......more

Commented by 아이온 at 2007/02/16 00:02
쿨럭... 양녕대군이 저런 사람이었던겁니까(...)
Commented by 을파소 at 2007/02/16 00:08
먼저 죽은 민무질 민무구는 몰라도 그 동생들인 민무휼 민무회를 죽일 계기를 준 건 양녕대군인데, 아버지의 권력을 위한 살육에 환멸을 느껴 왕위를 포기한 이미지가 생겨버렸다는 게 아이러니죠.
Commented by duvet at 2007/02/16 00:38
저런;;-_-;;
Commented by 홍염의눈동자 at 2007/02/16 00:39
..이사람 상당히 막장이었군요. -_-..
Commented by 질투가면 at 2007/02/16 00:54
겍...양녕대군에겐 대체로 인간적이라든가 그런식의 좋은 이미지가 많았는데... 좋은 인상 완전히 박살나네요 이거.... 뭐 저런 막장이....-_-
Commented by kalay at 2007/02/16 00:57
양녕은 진짜 막장이죠. 그대로 왕이 됐으면 희대의 암군이 되엇을지도...
Commented by あさぎり at 2007/02/16 01:18
이정도면 이뭐병이라고 해도...
Commented by 서희연 at 2007/02/16 08:27
조선 최강의 막장 가운데 한 사람이죠...
자기랑 비슷한 기질의 수양이 왕위에 오르자 일종의
쾌감같은것을 느꼈을지도...(녹차)

이렇게 막나가는 세자는 조선시대에 다시는 없을겁니다.
심지어 연산군도 세자 시절에 그렇게까지 막나가지는 않았으니까요...아마도 왕이 됬으면 연산군정도는 충분히 찜쩌먹었겠죠...뭐 하긴 그래도 절대 막장 충혜왕을 따를 사람은 없습니다만...

또 생각해보면 효령대군도 단종죽을때 한몫하더군요.
이 사람도 유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zert at 2007/02/16 09:56
맙소사 =ㅁ= 저런 막장 인생일 줄이야....
저러면 충분히 폐세자가 될 만 하군요 -ㅂ-

"동생을 위해" 망나니짓을 했다는 인식 또한 후대에 붙여진 인식일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크악크악 at 2007/02/16 12:34
원래 좋은 사람이었는데 세종을 위해서 한짓이었다는 확실히 대부분 야사라고 들은거 같군요..
Commented by 은잎군 at 2007/02/16 15:54
막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저정도였을줄이야=ㅁ=;;이거야 뭐 캐초딩이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없군요;;
Commented by Kaltruhe at 2007/02/16 16:43
오 지쟈스.... 태종임금 나이스샷 ㅠㅠ
Commented by 퍼런날군 at 2007/02/16 17:37
우리가 아는 양녕의 이미지하고는 꽤나 다르군요;;
아버지이지만 왕에게 "너도 여자 많잖아!"의 내용의 상소라...
Commented by rezen at 2007/02/16 23:20
저런 사람이었습니다./아이온

후세의 덕을 많이 본 사람이죠./을파소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duvet

아주 심하게 막장이었습니다./홍염의눈동자

양녕대군의 좋은 이미지는 현대들어 꾸며낸겁니다./질투가면

아직 개국한지 얼마되지 않은 조선 기둥뿌리를 흔들었을겁니다./kalay

지나친 말이 아닙니다./あさぎり

연산군은 왕되고서 한 4년은 멀쩡했는데 양녕은.../서희연

폐세자한게 당연하게 느껴집니다./zert

누가 만들어냈는지 참.../크악크악

저건 일부분에 불과합니다./은잎군

실로 위대한 결단이었습니다./Kaltruhe

왕의 권위에 도전한거죠. 다른 것도 아니고 주색잡기때문에.../퍼런날군
Commented by 크릴새우 at 2007/02/22 23:36
그래도 저는 양녕대군에 대해서 지나친 폄훼가 많길래
미화된 것도 많지만 너무 헐뜯긴 것도
많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군요.
충녕에 대해선 과하게 좋은 점이
부각되어 있는 것 같아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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